귀촌이야기/농사정보

섞어짓기와돌려짓기

활기찬하루 2013. 1. 19. 09:12

섞어짓기와돌려짓

목차

1.   섞어짓기의 예

2.   돌려짓기의 예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여러 가지 작물을 섞어심고, 다음해에는 그 자리에 다른 작물을 심는 돌려짓기를 했다. 섞어짓기를 하면 우선 하나의 작물을 대량으로 심어 생기는 병충해의 대량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작물들은 성격들이 달라서 작물마다 생기는 병과 벌레도 각양각색이게 마련이다. 때문에 한 작물만 잔뜩 심어놓으면 그에 기생하는 병해충이 대량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작물을 섞어심으면 그에 따라 다양한 병해충이 생기게 되어 한 종류의 병해충 대량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태적인 먹이사슬을 만들 수 있다.

하나의 작물을 많이 심을 때는 다른 작물과 함께 한 이랑씩 건너뛰어 심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가을 농사를 지을 때, 가장 많이 심는 게 김장용 배추일 텐데, 이럴 때 배추를 한 곳에 모두 심지 말고, 한 이랑엔 배추를 심고 그 옆에는 쪽파나 대파를 심고, 다시 배추 한 이랑을 심은 다음 그 옆에 갓을 심고, 그 옆에는 무를 심고, 또 배추를 심고 옆에다 총각무를 심는 식이다
.

서로 보완적인 작물들을 섞어심으면 작물의 성장과 수확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콩과 같이 거름을 스스로 만드는 작물 옆에다 거름이 많이 필요한
옥수수 같은 것을 심으면 거름을 절약할 수 있고 땅의 지력(땅심)도 유지할 수가 있다. 또 햇빛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작물을 섞어 심으면 공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가 있다. 햇빛을 좋아하면 하늘로 곧게 뻗기 마련이고 햇빛을 싫어하면 땅으로 기게 마련인데, 이 둘을 함께 심어 같은 땅에 두 가지를 심을 수 있게 된다. 뿌리를 깊게 뻗는 작물과 얕게 뻗는 작물을 함께 심는 것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섞어심기를 하면, 흉작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늘의 변화란 오묘하여 아무리 흉년이라 해서 모든 작물이 다 흉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풍년이라 해서 모든 작물이 다 풍년 드는 것은 아니다. 그해 기후에 따라 잘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못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여러 작물을 섞어심어 풍·흉년에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돌려짓기를 하는 이유는 같은 작물을 다음해에도 같은 자리에 계속 심어 생기는 이어심기 피해(연작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같은 작물을 계속 한 자리에 심으면 땅의 거름은 그 작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만 계속 소모된다. 말하자면 흙의 생태적 환경이 왜곡되게 하는 것인데, 거름만 편중되는 것이 아니라, 작년의 작물을 좋아하는 병해충이 계속 흙 속에 숨어 있다가 또 그 작물을 공격하게 되기 때문에 한 작물을 계속 심으면 잘 자라지도 못하고 병해충에도 약하다. 물론 모든 작물이 그런 것은 아니다. 주로 밭작물이 해당되는데, 반면 한 자리에 계속 심는 벼 같은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이어짓기 피해는 한 작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과(
)에 속하는 작물은 성격도 같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이어짓기 피해를 받는다. 예를 들면 가지과에 속하는 고추, 토마토, 감자는 작물은 달라도 같은 과라 성격도 같아 이어 심으면 연작 피해를 입게 된다.

반면 돌려짓기는 이어짓기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성격의 작물을 돌려 심음으로써 땅심도 좋게 하고 작물의 성장도 좋게 한다. 예를 들면 들깨와 마늘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들깨 심은 자리에다 마늘을 심고 다시 마늘 심은 자리에다 들깨를 심으면 병해충도 적고 성장에도 좋다. 더불어 들깨를 거두고 나면 바로 마늘 심을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이모작 농사가 가능해진다.

돌려짓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휴경(休耕)이 있다. 휴경은 말 그대로 땅을 쉬게 하는 것인데, 아무리 땅에 거름을 주고 땅심을 좋게 한다 해도 오랫동안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땅심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휴경인데, 5년에서 7년을 주기로 일정 구역의 땅을 돌려가며 쉬게 해주면 좋다. 쉬게 할 때는 그냥 내버려두어 풀을 나게 하는 것도 괜찮지만 보리나 밀 등 녹비 작물을 심어 어느 정도 자란 후 아직 녹색을 띠고 있을 때 갈아엎어 버리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위에다 볏짚이나 보릿대 등 다양한 덮개 재료로 덮어두어 쉬게 하면 땅심을 살리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섞어짓기의 예

• 병해충 예방

[고추와 들깨]
들깨의 독특한 향은 병해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고추밭 군데군데 심어놓으면 고추에 기생하는 담배나방이의 애벌레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들깨를 밭 둘레에 심어놓으면 그 향 때문에 동물의 침입을 막을 수가 있다. 그 외 고추 밭에다 심을 수 있는 공생작물로는 수수나 조, 당근, , 양파 등이 있다.

 

 

[토마토와 대파]
대파 또한 그 향 때문에 병해충에 강한 작물인데, 이를 토마토 밭에다 심으면 토마토의 병해충을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토마토와 대파는 서로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주고받는 공생관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토마토는 지주를 세워주어 위로 뻗게 하고 밑의 가지를 쳐주면서 밑에다 대파를 심으면 땅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외 토마토와 공생관계를 갖는 것으로는 당근, , 마늘, 부추 등이 있다.

• 거름의 절약

                        

[콩과 옥수수]
콩은 뿌리에 공기의 질소를 비료화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어 따로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므로 콩밭에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옥수수 같은 것을 심으면 좋다. 콩은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고 따로 손보지 않아도 스스로 잘 살기 때문에 자투리 땅을 활용하는 데 좋은 작물이다. 그래서 옛부터 콩은 밭둑이나 논둑에 심어 땅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 외 콩과 함께 심을 수 있는 것으로는 가지, 보리, , 감자 등이 있다.

• 땅의 공유

[옥수수와 고구마]
옥수수는 위로 뻗고 고구마는 아래로 넝쿨을 뻗기 때문에 이런 작물을 함께 심으면 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옥수수처럼 위로 뻗는 것으로는 수수나 조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들은 옥수수와 달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므로 공생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수수나 조 등은 아주 길게 자라는데다 대도 질겨서 울타리용으로 심으면 관상 효과도 더불어 즐길 수 있다. 그 외 옥수수와 함께 심을 수 있는 것으로는 호박, 감자 등이 있다.

 

돌려짓기의 예

 

1구역

2구역

3구역

4구역

1년째

보리, , 완두콩

양파

참깨

쑥갓, 상추, 시금치

2년째

메주콩, 나물콩

기장, 수수,

감자, 참외, 수박, 오이

호박

3년째

고추, 가지, 토마토

감자, 강낭콩

들깨

마늘, 양파

4년째

양파

딸기

쑥갓, 시금치, 상추, 마늘

기장, 수수

                         

                        

옥수수나 수수 조 등은 키가 커서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북쪽에 심는 게 좋다. 그러나 뒤쪽에 있는 남의 밭에 햇빛을 가리지 않게끔 신경을 써야 한다. 들깨나 참깨를 둘레에 쳐서 외부로부터 동물과 병해충의 침입을 막는다. 동쪽에는 키가 크지 않아 햇빛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심고 서쪽에는 키가 큰 것을 심는다. 호박이나 오이같이 높게 지주를 해줘야 하는 것도 되도록 서쪽으로 심는다.

섞어심기와 돌려심기를 할 수 있는 작물은 위의 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물의 성격을 잘 파악하여 서로 공생하는 관계를 알 수 있다면 충분히 응용할 수가 있다. 위에서 예를 들었듯이 거름의 필요도, 햇빛의 필요도, 성장하는 방식의 차이 등을 잘 파악하면 얼마든지 섞어심기를 응용할 수가 있다. 돌려심기의 요령은 이모작을 잘 활용하는 데에 있다. 서로 과만 다르다면, 생육기간의 차이를 잘 활용하여 얼마든지 돌려심기를 응용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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