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매기
유기농법에서 가꾸기의 핵심은 풀매기(김매기)에 있다. 원래 거름 다섯 번 주는 것보다 풀을 한 번 매주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풀매기는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풀을 매주는 횟수는 작물마다 다른데, 대개는 파종이나 모종을 옮겨심기 전, 심고 나서 대략 한 달 정도 지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어느 정도 마쳐 꽃을 피울 때쯤, 그 다음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쯤 해주면 된다.
그때그때 풀이 자라는 것을 보아가며 융통성 있게 해주면 되는데, 이 중에 파종하기 전과 북줄 때의 풀매기는 반드시 해주어야 하며, 장마 전과 후에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작물이 풀에 영향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랐기 때문에 그 다음에 또 풀이 나도 작물에 가리워 햇빛을 못 받기 때문에 풀은 잘 자라질 못한다.
풀을 매는 요령은 처음 파종할 때와 북줄 때는 되도록 뿌리째 뽑아낸다. 뽑을 때는 손으로 그냥 잡아 빼지 말고 호미로 땅을 파가며 뽑는 게 좋다. 손으로 잡아 빼면 뿌리에 묻는 흙까지 뽑혀 밭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어 호미로 파주어야 한다. 호미로 파면 땅을 부드럽게 해주고 흙 속에 공기를 공급해주는 부대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좋다.
장마 전후의 풀매기는 낫으로 슥슥 베주는 것으로도 족하다. 작물이 꽤 자랐기 때문에 남은 뿌리에서 다시 풀이 자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낫으로 벨 때는 흙 바로 위의 줄기를 베주고 앞에서처럼 그 자리에 깔아준다. 마지막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나서는 풀과 작물과 함께 낫으로 베서 반드시 흙덮개용으로 꼭 깔아준다. 그래야 풀이 다시 자라지 않아 다음 작물을 심기가 좋다.
웃거름〔追肥〕 주기
밑거름을 충분히 주었어도 거름이 많이 필요한 다비성(多肥性) 작물은 웃거름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 다비성 작물은 고추나 호박같이 열매를 맺는 과채류(果菜類)와 대파나 생강 같은 양념류들이 대표적이다. 웃거름을 주는 시점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보통 북줄 때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마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생식성장을 하기 전에 주고, 열매가 맺혀 자라기 시작할 때 준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후에 많은 비로 인해 거름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때도 꼭 웃거름을 준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웃거름은 작물의 성장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찾아서 주어야 한다. 웃거름은 작물의 상태에 따라 질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지, 인산 가리질 비료를 주어야 할지, 미량 요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지를 잘 판단하여 작물이 요구하는 것을 잘 찾아주어야 한다.
작물의 줄기나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때(영양성장이 부실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 시작할 즈음에는 인산·가리질 비료를, 병이 잘 걸리는 작물의 경우 예방할 목적으로 미량 요소 비료를 준다. 특히 오이 같은 경우는 노균병에 아주 잘 걸리는 작물이어서 하우스 관행농법에선 하루에 두 번씩이나 농약을 뿌려줄 정도다. 농약을 주지 않고 예방과 저항력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바로 이 미량 요소를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인산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쌀겨와 재나 숯가루나 마른풀 등을 잘라 켜켜이 쌓아 발효시킨다. 약 한 달이 지나면 발효되는 이것을 포기 주변으로 빙 둘러 뿌려주고 흙을 덮는다. 아니면 쌀겨를 발효시키지 않고 재나 숯가루와 섞어 작물 주변으로 뿌려주어도 괜찮다. 미량 요소 비료는 종묘상에서 사다가 마찬가지 방법으로 뿌려준다.
웃거름으로 훌륭한 것 중에 하나가 청초액비인데, 종합비타민처럼 종합 영양제로 보면 된다. 풀을 맨 신선한 잡초들을 10㎝ 정도 잘라 쌀겨와 흑설탕을 함께 넣는다. 고무대야에 신선한 풀과 쌀겨를 켜켜이 쌓아서 맨 위에는 쌀겨와 흑설탕을 섞은 것으로 골고루 뿌린 다음 무거운 돌로 눌러놓는다. 돌을 눌러놓는 것은 공기를 빼기 위한 것이므로 하룻밤 지나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어 숨이 죽는데 그때 돌을 제거하고 쌀겨 흑설탕을 제거한 다음 한지나 신문지로 덮고 뚜껑을 닫는다. 여름에는 일주일이면 삭는데, 녹색의 풀이 황녹색으로 변하면 숙성이 끝난 상태로 보면 된다. 그러고 나서 풀들을 소쿠리에 담아 액만 걸러내고 따로 보관해서 웃거름용으로 쓰면 된다. 여기에 깻묵을 섞으면 더욱 고급의 청초액비를 얻을 수 있다.
지주 세우기
고추나 가지, 토마토, 오이 등 열매를 맺는 과채류들은 자라고 나서 열매의 무게로 쓰러지기 때문에 꼭 지주를 세워주어야 한다. 지주 세우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 있다. 하나는 가장 간단한 것으로 포기마다 하나씩 지주를 박는 것인데, 포기 옆에 다 자랐을 때의 작물보다 큰 나무를 박아 줄기를 나무에 끈으로 묶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세우는 방법은 서너 포기마다 지주 하나를 박고 지그재그 식으로 줄을 둘러치고 시작한 막대기에서 줄을 당겨 묶는 방법이다. 주로 고추나 가지 같은 작물에 쓰는 방법이다.
세 번째로 세우는 방법은 오이나 토마토, 호박같이 위로 길게 자라는 작물들을 세워주는 방법인데, 사람 키만한 막대기를 준비해서 삼각형으로 서너 포기마다 하나씩 세워주는데, 양끝에는 텐트 칠 때 지주 세우는 식으로 쇠말뚝을 박아 삼각형으로 세워진 지주(삼각지주)를 끈으로 잡아 당겨 매준다. 양쪽 가로로 서너 줄을 쳐주고 세로로도 그물망처럼 작물별로 쳐준 다음, 작물이 순을 내어 자라기 시작하면 끈으로 유인을 해주어야 한다.
원하는 소출을 얻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하려면 작물의 성장을 적당히 제어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물은 열매를 맺을 생각은 않고 자기 몸만 계속 키우려 한다. 제어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가지치기와 순지르기다. 식물은 어느 정도 자라면 불필요하거나 웃자란 가지가 있게 마련인데, 예를 들면 잎이 무성하여 햇빛이 위의 잎에 가리워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잎이나 가지를 말하는데 이런 것들은 잘라주어 그 쪽으로 가는 영양분을 꽃이나 열매 맺는 데 쓰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 번 가지 쳐주고 순을 질러주는 작업은 풀 매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름 다섯 번 주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음을 명심하고 열심히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가지치기와 순지르기의 요령은 작물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작물이 광합성을 충분히 할 만큼 자라고 나서 불필요해 보이는 가지와 새순을 잘라준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