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이야기/농사정보

갈무리와씨받기

활기찬하루 2013. 1. 19. 10:13

갈무리와씨받기

여름 농사 갈무리
장마가 시작되기 전, 여러가지 농산물과 먹을거리를 갈무리한다. 여름철 갈무리를 잘하면 농산물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 감자 갈무리

저장 감자는 하지 무렵에 캔다. 그 전에 먹고 싶으면 꽃이 진 감자포기를 먹을만큼 캐다 먹으면 된다. 감자는 땅속에서 캐야 하니 땅이 포실포실할 때 캐는 게 좋다. 만일 땅이 질 때 캐면 감자 거죽에 흙이 많이 묻어, 감자를 갈무리하다 흙이 떨어지며 상처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흙이 묻어 있으면 떼어내려 하지 말고 거죽이 다 마르면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도록 한다. 감자를 캔 뒤 저장감자를 고른다. 상처나 거죽에 이상이 없고, 알이 적당히 굵은 걸로 고른다. 너무 자잘한 것과 너무 굵은 것은 바로 먹는 게 좋다.

저장감자는 거죽을 잘 말린다. 감자는 덩이줄기라 볕을 보이면 녹색으로 변하며 생명활동을 시작하니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잘 펼쳐 놓는다. 이렇게 며칠 놔두면 곯은 감자가 나오며 진물이 번지니 겹겹이 쌓으면 안 된다. 감자 거죽이 보송보송 마르면 골판 상자에 담는다. 여름을 나며 새롭게 상하는 감자가 나올 수 있으니 감자를 한 켜 담고,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감자를 담는다. 그리고 빛은 들어오지 않지만, 바람은 통하는 서늘한 곳에 그렇게 여름을 넘긴 뒤, 씨를 할 감자는 항아리에 넣고 땅에 묻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꺼낸다.

 

 

 

▣ 마늘 갈무리

마늘은 지역에 따라 난지형 마늘과 한지형 마늘 두 가지가 있다. 난지형 마늘은 남쪽에서 기르는 마늘로 가을에 싹이 나 겨울을 나고, 한지형 마늘은 중부 이북 지방에서 기르는 마늘로 가을에 싹이 나지 않는 채로 겨울을 나고 봄에 싹이 올라온다. 한지형 마늘은 하지가 지나 잎이 시들면 캔다. 마늘은 비늘줄기이므로 마늘이 그대로 씨가 되기도 하고, 마늘의 꽃이 핀 자리에 생기는 구슬눈(주아)으로 씨를 할 수도 있다.

마늘은 대궁째 엮어 그늘지고 바람이 잘 드는 처마 밑에 매달아 말리며 그때그때 뽑아먹는다. 그러다 날이 영하로 떨어지면 마늘이 얼다 녹으면서 쉽게 상해 버린다. 그렇다고 따뜻한 집안에 두면 싹이 나버린다. 저온저장 시설에 두거나 아니면 마늘을 까서 저장하는 게 좋다.

 

 

마늘의 씨는 마늘 그 자체다. 보통 마늘 한 통에 쪽이 여러 개 있는데 그 한 쪽 한 쪽인 비늘줄기가 씨가 되는 거다. 껍질이 싱싱한 붉은 빛이 돌고, 속살이 단단하고 흰 걸 골라 씨를 한다. 구슬눈을 심으면 씨마늘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마늘이 나오는 게 아니라, 첫해는 쪽이 없이 동그란 마늘이 나오고, 이걸 다시 심으면 이듬해 육쪽 마늘이 나온다고 한다. 구슬눈을 길러 보니 싹이 여려 김을 매는 일이 어렵다.

장마철 갈무리
축축하고 눅눅한 장마. 벌레와 곰팡이가 살기 좋은 때다. 여러 가지 농산물과 먹을거리 갈무리를 살펴본다.

▣ 곡식(, , 기장, , 보리, , 참깨, 들깨……) 갈무리

팥에 바구미가 나고, 보리 밀에도 쌀벌레가 나 아차 하다가 벌레한테 다 줄 수 있는 철이다. 우리 역시 해마다 애를 먹었다. 해만 나면 내다 말리며 갈무리를 해도, 봄가을은 괜찮지만, 장마철에는 불가항력. 마을 어른들은 "하지가 지나면 곡식이 다 눅어(눅눅해진다)" 하신다. 그렇다고 눅어진 곡식으로 뻥튀기를 하면 어떨까? 뻥튀기도 금방 방아찧어 보송보송한 곡식으로 해야 맛있지 눅어진 곡식으로 하면 제대로 안 나온다.

 

 

물론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면 말짱하다. 김치냉장고가 있으면 장마철에 여기 곡식을 넣어두면 좋겠구나 싶고, 저온저장고가 있는 농가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꼭 이렇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는 없을까?

"항아리에 넣어 양지 바른 곳에 둬라!"
이 방법은 제법 효과가 있다. 해가 날 때 항아리가 달궈지면서 저절로 습기조절을 해준다. 아주 오래된, 옛날 어르신들의 보관법이다. 이때 항아리에 잘 맞는 뚜껑을 씌워 물기와 벌레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병에 넣고 뚜껑을 꼭 닫아라."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볕과 바람에 습기를 바싹 말린 뒤 밀폐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습기를 잡는 법이라 할 수 있다. 토종씨앗 연구가인 안완식 박사님께 씨앗 보관법을 배울 때, '씨앗을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습도를 낮게 하는 일'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럼 어떻게 밀폐할 것인가? 병이 좋다. 요즘은 병뚜껑이 잘 발달해 뚜껑만 잘 닫아놓으면 밀폐용기에 가깝다. 페트병, 말통, 술 담는 유리병, 오렌지 주스병……. 유리병이면 쥐 걱정을 안 해도 좋고, 플라스틱 병이라면 쥐가 타지 않을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병에 담은 곡식은 서늘한 그늘에 보관한다.

위의 두 가지 방법으로도 팥과 완두의 바구미는 잡지 못했다. 곡식 바구미는 밭에서 곡식이 여물 때 알을 슬어버리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미리 밭에서 화학약품으로 방제를 하라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이 두 가지만은 냉장보관해야 한다.

▣ 나락 갈무리, 쌀 갈무리

나락은 방아를 찧지 않은 거라면 따로 밀폐를 시키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방아를 찧은 쌀이라면 이것도 문제. 장마철 쌀벌레로 누구나 한번쯤 골치를 앓아 보았을 거다. 오죽하면 쌀벌레를 잡는 약까지 있더라.

쌀벌레 역시 쌀에 습기를 잡으면 어느 정도 방제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을 할머니들은 방아를 찧은 쌀을 포대째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하라고 하신다. 이건 봄가을에 통하는 이야기다. 강냉이를 튀겨 보관을 해 보면 장마철에 비닐봉지를 아무리 잘 여며 놓아도 습기가 들어가 눅눅해지는 걸 알 수 있지 않은가. 방아 찧은 쌀이나 잡곡은 밀폐 뚜껑이 있는 병에 담아 보관하는 게 좋다. 한꺼번에 많이 방아를 찧지 말고 조금씩 찧어서. 요즘은 플라스틱 병이 20리터, 25리터들이까지 나와 쌀과 잡곡을 밀폐해 보관하기 좋다.

▣ 장 갈무리

간장, 된장, 고추장. 이 역시 장마철에는 위에 하얗게 골마지가 끼곤한다. 간을 슴슴하게 담다 보니 피하기 어려운 연례행사다. 마을 할머니들은 "제 몸에서 나온 거니 괜찮아, 맨 위만 들어내고 먹으면 돼"라고 하신다. 장마철 장에 끼는 골마지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 고추장
효소를 담그고 나온 매실살을 위에 한 켜 덮어놓으면 좋다. 매실효소를 담을 때 살만 발라내 담았다면, 매실살을 건져서 일부는 매실 장아찌나 고추장을 담고, 일부는 이렇게 고추장 위에 얹어 놓으면 골마지가 끼지도 않고 고추장도 맛있어진다. 나중에 항아리를 허물어 꺼내 먹을 때 위부분만 잘 버무려 매실 고추장 장아찌를 담아도 좋다.
만일 매실효소를 통째로 담았다면 고추장 위에 고운 천을 한 겹 깔고 그 위에 매실을 얹고 먹을 때 조심스레 드러내고 퍼야 한다. 만에 하나 매실씨를 씹으면 이빨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된장

된장. 여름 한 철 가장 고생을 하는 게 된장이다. 파리가 알을 슬어 구데기(2 요리 된장편을 참고)가 생길 수도 있고, 장마철에 골마지가 끼기도 하니까. 된장은 자주 들여다보고, 골마지가 끼려고 하면 뒤섞어 주는 게 좋은데, 장마철에는 이것도 어렵다. 된장 역시 효소를 담그고 건진 매실을 위에 얹으면 골마지가 끼는 걸 막을 수 있다. 고추장과 마찬가지로 한다.

• 간장
간장은 골마지가 잘 끼지 않지만, 만일 물기가 들어가거나 염도가 낮거나 해서 골마지가 낀다면, 되도록 빨리 달인다. 항아리는 깨끗이 씻어 다시 한 번 소독하고 담거나, 양이 많지 않으면 깨끗한 유리병에 담아 놓고 먹는다.(2월 요리 장 담그기 참고)

씨받기1 - 겨울을 난 채소 씨받기

한번은 시금치 씨를 받아보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금치에 꽃대가 늦게 올라와 씨앗이 맺히기도 전에 장마가 와버렸다. 시금치는 씨받기가 어려운 걸까? 그러다 토종 시금치인 뿔시금치 씨를 구해 심었다. 이듬 해 뿔시금치는 꽃대가 쑥쑥 잘 올라와 씨를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전에 내가 실패한 거는 종묘상에서 파는 씨인 F1(잡종종자)여서다.

F1을 사서 심으면 그해는 농사가 잘되지만, 씨를 맺을 꽃대가 잘 올라오지 않고, 설혹 그 씨를 받더라도 다시 심으면 엉뚱한 것들이 나온다. 한마디로 자기 대물림을 할 수 없는 씨, 달걀로 치면 무정란, 반쪽 생명인 셈이다. 농사지어 씨앗까지 손수 받아보면 토종씨앗을 절로 찾게 된다. 알곡을 먹는 수수·기장·콩·팥과 같은 잡곡은 토종씨앗을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토종씨앗으로 심으면 수확량이 좀 떨어지지만 농사가 웬만큼 되기에 지금까지 대물림해왔다. 하지만 특작인 고추·대파·오이·배추·무 같은 채소 씨는 토종씨앗을 구하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쉽지 않다.

토종 오이는 아주 잘다. 첫해는 뭣 모르고 굵어지길 기다리다 늙혀 버렸을 정도다. 한데 이 오이는 생명력이 끈질기다. 봄에 심으면 개량종 오이보다 한참 늦게 열매를 달리기 시작하지만, 한번 열매를 달기 시작하면 서리가 올 때까지 꾸준히 열매를 맺는다. 토종 오이 성질이 이러다 보니 시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구들 먹으려고 기르기는 좋다. 조선배추도 생명력이 강하지만 잎이 크지 않고 포기가 차지 않아 김장거리가 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개량씨앗을 사서 심는 경우도 있지만, 되도록 토종씨앗을 심어 가꾸려고 하고 있다. 씨는 한번 내 손에 들어오면 내가 이어나가야 한다. 농사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전에는 거둘 욕심에 많이 달렸으면 했지만, 이제는 무얼 심을 때 '잘 자라 좋은 씨가 되어라' 하는 마음으로 심고 가꾼다. 곡식들을 가꿔 씨를 받고, 그렇게 하는 품값으로 내가 얻어먹는다고 생각한다. 하지가 지나면 조선배추·무·당근·상추·갓·시금치·대파 그리고 완두콩과 마늘의 씨가 여문다. 씨받는 법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 조선배추씨, 갓씨
지난해 가을에 뿌려둔 조선배추에 6월에 꽃대가 올라와 노란 꽃을 피운다. 꽃은 아래로부터 피며지며 위로 올라오니 한 포기에서 거창하게 꽃이 피고 씨가 맺힌다. 꽃이 진 자리에 녹색의 씨꼬투리가 맺히고 그 씨꼬투리가 갈색으로 변하고 그 속에서 씨가 까만색으로 여물면 다 된 것. 장맛비가 오기 전에 맑은 날, 씨를 받는다. 꽃대 대궁을 낫으로 잘라 포대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처마 밑에 매달아 놓는다. 씨가 마르면 건조하고 맑은 날 마당에 내다 널어 바싹 말린다. 그리고 포대를 발로 밟아 꼬투리를 추려내고, 씨만 따로 모아 그늘지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갓도 마찬가지로 한다.

 

 

 

 

• 무씨
우리 동네에서 무는 겨울을 나기 어렵다. 김장 때 무를 뽑아 저장했다가 이른 봄에 싹이 나는 무를 땅에 다시 심는다. 그러면 무가 새로 살아 붙어 싹이 나고 보라색 꽃이 피며 씨를 맺는다. 씨는 배추와 마찬가지로 갈무리하는데 무씨가 크고 씨방이 두툼해 잘 마르지 않으니 좀 더 정성을 기울인다.

• 대파씨
지난해 심은 대파에 꽃이 피고 꽃이 핀 자리에 씨가 까맣게 여물었다. 대파씨 역시 시장에서 산 건 F2이지만, 씨를 받아서 다시 심을 수도 있다. 그렇게 심으면 처음처럼 좋지는 않아도 먹을 수는 있다. 우리 동네는 할머니들이 토종대파씨를 받아서 장날 판다. 까만 씨앗을 작은 종지에 담아서. 이 토종대파는 뿌리가 굵고 지상부인 이파리는 영 시원치 않아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대파의 흰 밑동이 달고 향기롭다. 또 아이들 감기에 달여 먹이면 약이 된단다.

우리 역시 이 토종대파를 기른다. 토종대파는 사실 여러해살이다. 한번 심으면 뿌리째 캐지 않는한, 이듬해 땅속 비늘줄기가 갈라져 새끼를 쳐가며 여러 해를 산다. 씨앗은 여러해 묵은 대파가 아닌 지난해 심은 대파에서 받는 게 좋다. 대파꽃은 작은 통꽃이 동그란 공모양으로 모여 핀다. 꽃 하나하나가 핀 자리에 씨앗이 맺히고 그 씨앗이 까맣게 익으면 동그란 공모양의 씨방모음을 딴다. 때를 놓치면 대파잎이 시들며 씨방이 땅에 떨어져 싹을 튀우기도 한다. 씨방을 따서 양파망에 모아 말렸다가 씨를 받는다.

• 상추씨
상추는 겨울을 난 상추만이 아니라 봄에 씨 뿌린 상추도 씨가 잘 맺는다. 상추씨를 갈무리하는 방법은 배추와 마찬가지다.

• 시금치씨
시금치는 종자가 크게 두 가지다. 서양종과 동양종. 우리가 시장에서 사는 시금치씨는 동글동글한 서양종. 동양종은 날카롭게 각이 져 있다. 서양종이면서 종자회사에서 파는 시금치는 씨가 잘 안 맺힌다. 하지만 동양종인 토종 씨는 씨가 잘 맺히는데, 씨에 각이 있어 따가우니 조심해서 다룬다. 씨를 갈무리하는 방법은 배추와 같다.

• 완두콩씨
완두는 이른 봄에 꽃이 피고 초여름에 씨가 여문다. 완두콩은 넝쿨로 자라면서 아래서부터 위로 여러 차례 꽃이 피고 꼬투리가 맺힌다. 완두 꼬투리가 누렇게 익고 꼬투리 속에 든 콩알이 단단하면 다 익은 것. 완두콩 꼬투리 따다가 바람에 잘 말린 뒤 특별 보관해야 한다. 완두콩 알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완두 바구미 알이 슬어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 바싹 말린 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넣어둔다. 냉동실에 넣어두었을 경우, 꺼내서 쓸 때 온도 차이로 인한 충격은 줄여야 한단다. 냉동실에서 꺼낸 뒤 밀폐용기 그대로 한나절 두어 서서히 온도를 조절한 뒤 꺼내 쓴다.

 

 

'귀촌이야기 > 농사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재배  (0) 2013.01.19
과일나무의 한해살이  (0) 2013.01.19
거두기와갈무리  (0) 2013.01.19
밭만들기  (0) 2013.01.19
섞어짓기와돌려짓기  (0) 201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