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재배
열려라, 참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나오는 "열려라, 참깨"하고 외는 주문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주문을 외면 수많은 보물이 감춰져 있는 동굴의 거대한 바위돌 문이 스윽 자동문처럼 열리게 된다. 그 주문에서 볼 수 있듯이 옛사람들은 참깨에 신비스런 힘이 숨겨져 있다고 믿었던 듯하다.
그런데 실제로 참깨는 놀라운 신비스런 힘을 갖고 있다. 바로 노화를 방지해주는 힘이 그것이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세포가 산화되어 노화하는 것인데, 참깨는 이런
노화를 방지해주는 항산화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노화를 방지하는 물질로 많이 알려진 비타민 E와 무기질로서 체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주는 셀레늄,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는 리놀레산 그리고 세사민과 세사모린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 우리 조상들이 참깨를 민간요법으로
이용한 것을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까울 정도다.
참깨는 기침, 눈병, 화상, 변비, 풍치, 폐결핵, 응혈, 십이장충, 치통, 강장제, 건위, 가슴앓이, 종기, 대하증을 비롯해 검은깨는 위산과다, 건위, 가슴앓이, 폐렴, 현기증, 편도선염에 좋고, 검은깨를
섞은 꿀은 폐결핵에 깻잎은 쐐기에 쏘인데, 옻 오른 데, 강장제로
좋다고 했다. 또 깨와 익모초, 대추를 섞은 것은 위장병, 깨 줄기는 독사에게 물린데, 참기름을 섞은 벼이삭은 마른버짐, 참기름과 소금은 화상, 참기름과 콩은 채독, 참기름과 파뿌리는 식체, 소아기침 등에 유효하다고 했다.(송홍선, 『한국 농작물 백과도감』,
561쪽)
또한 참깨는 콩에 버금가는 단백질을 갖고 있어, 옛부터 구황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 보면, 참깨를 여러 번 쪄서 볕에 말려 볶아 찧어 먹으면
곡식을 끊어도 굶주리지 않고 오래 살고, 백대두와 대추를 섞어 쪄서 단자를 만들어 먹어도 굶주림에 견딜
수 있다고 했다.(위의 책) 참깨는 뭐니뭐니 해도 참기름이
최고다. 참깨는 인류가 기름을 이용한 작물로는 재배역사가 가장 길다고 한다. 기름말고는 깨를 볶아서 양념으로 먹는 깨소금이 제일 많이 쓰이는 용도이며 또한 다양한 떡 종류에 고명과 고물로도
쓰인다.
재배법
참깨는 생명력이 좋아 아무 땅에서나 배수만 좋으면 잘 되며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보통 5월 초·중순경에 심어 8월 하순이나 9월 초순경에 수확한다.
참깨 재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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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만들기
밭은 평이랑을 만들고, 밑거름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거름기가 많으면 좋지 않다. 효소 액비나 목초액을 희석하여 뿌려주어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게 하고, 유해균과 해충 예방을 해주면 더욱 좋다.
씨뿌리기
심을 때는 호미로 약간 긁듯이 홈을 내어 줄뿌림을 한다. 줄 간격은 호미 길이 정도(약 30㎝)로 띄운다. 씨를 뿌리고 나서 해질 무렵에 효소액이나 목초액을 섞은 물을 뿌려주면 좋다. 참깨는 발아가 조금 늦게 되는 편이므로(약 10일에서 보름) 지그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가꾸기
싹이 나서 손가락만큼 자랐을 때 두어 개 정도만 남겨주고 10㎝ 간격으로 솎아주기를 하고, 함께 풀을 매준다. 솎아주면서 싹이 제대로 나지 않은 곳은 보식(補植)을 해주면 좋다. 나중에 손바닥 이상으로 자라면 한 개만 남겨두고 마지막 솎아주기를 하는데, 북주기를 겸한다.
거두기와 갈무리
참깨를 수확할 때는 맨 밑의 꼬투리가 누렇게 익어 입을 벌릴 쯤 해야 한다. 위의 것들이 아직 여물지 않았거나 꽃이 남아 있다고 해서 미루다가는 나중에 낫으로 벨 때 열매를 다 땅에 떨어뜨릴 수 있다. 낫으로 벨 때는 꼬투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낫을 잘 갈아서 비스듬히 베어야 한다. 벤 참깨들은 단으로 묶어 세 개씩 삼각형으로 기대어 똑바로 세워서 햇볕에 말린다. 아니면 햇볕이 잘 드는 벽에다 세워 말려도 된다. 말릴 때는 바닥에 비닐을 깔아서 떨어지는 깨알들을 받고, 위에는 비를 피하도록 비닐을 덮어준다.
들깨처럼 낫으로 위에서 비스듬히 베는데, 들깨보다 깨알들이 더 잘 떨어지니 더욱 조심히 베야 한다.
참깨는 말리는 일이 더욱 조심스럽다. 투명비닐로 비가림을 해주어 비를 맞지 않게 해야 한다.
쓰임새
참깨는 양이 많으면
방앗간에서 기름을 짜먹는 게 좋지만, 텃밭에서 소량으로 할 때는 깨소금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참깨는 통풍이 잘 되는 곳이나 서늘한 곳, 습기가 적은 곳이면 좋은데, 적은 양이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제일 무난하다. 깨소금을 만들
때는 절구에 소금을 넣으면서 빻은 다음 프라이팬에 볶는다. 참깨는 빻으면 공기에 닿아 산화되기 쉬우므로
적은 양을 필요할 때 빻는 게 바람직하다.
참깨를 이용한 민간요법으로, 참기름을 매일 현미 잡곡밥에 약간 뿌려주어 먹으면 변비에 좋다. 또는 깨소금을 뿌려 먹어도 좋다. 참기름은 해독작용이 있어 화상이나
부종 등에 발라주면 잘 낫는다고 하며, 약간의 소금을 섞어 머리에 발라주면 탈모나 백발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러두기
• 재배표는 송홍선(민속식물연구소 소장), 『한국농작물백과도감』(풀꽃나무, 1998년), 홍만선, 『산림경제(山林經濟)』(1723년)를 주요 자료로 참고했습니다.
• 여기에 소개된 작물별 재배법은 하우스나 온실 등 시설재배를 배제하고 노지 재배를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 재배시기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했는데, 중부지방은 남부지방에 비해 서리가 봄에는 늦게까지
내리고, 가을에는 일찍 내립니다. 그러므로 심을 때는 늦게
심고 거둘 때는 일찍 더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텃밭 재배표와 재배력을 활용하려면 그림이나 사진이 없고, 음력과 간지력이 다 나와있는
큰 달력이 있어야 합니다.